너의 그건 사랑이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원망하는 낯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무어라 말하려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이런 이별은 이미 수도 없이 겪었고, 어떤 말도 무용하다.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상대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기도하는 일뿐. 그리고.
  미안해.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
  그것도 알아.
  끝내 눈물 흐르는 얼굴을 닦아주고 다정히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녀가 바라는 진정한 연인의 몫이다. 메이 던은 모두를 사랑하며,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게 전부다. 나는 겨우 이런 말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추우니까 장갑 끼고 가.
  나쁜 자식.
  언 뺨에 부르튼 손이 날아왔다. 그 손을 어떻게 사랑해주었는지 기억한다. 함께 약에 취해 뒹굴면서도 손가락이 뼈대가 참 곱다고, 마음에 든다고 속삭인 기억이 있다. 수많은 사람과 이별하고서도 끝내 애증의 자리에 머무른 까닭이 그것이었다. 사랑 없는 다정. 하지만 이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지. 아픈 뺨을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생각한다. 우리 마음이 같지 않다 해도 내 마음을 부정하진 말아줘.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을 거짓이라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해. 알고 있잖아, 우리 둘 다 진심이었다는 걸.
  눈은 소복소복 내리고, 나는 사랑을 잃고 군중 속에 튀어나온 못처럼 홀로 섰다. 마지막은 번번이 씁쓸하다. 그래도 붙잡지는 않는다. 나를 사랑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언젠가부터 만남 이전에 이별부터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런 생각이, 수만 번째로 스쳐 지나간다. …… 미안, 미안해. 이유도 청자도 없이 뇌까린다. 누구도 나를 개의치 않는다.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핸드폰을 꺼내 이제는 익숙한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이 가고, 곧 상대가 전화를 받는다. 나는 상대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수를 친다.
  보고 싶어, 잉그램.
  이런 나조차 긍정하고 사랑하는 네가.

  네게 사랑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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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소白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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